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13년 일하고 0원... 7억 스님 임금소송 패소, 법원은 왜 '근로자'가 아니라고 했나?

by 나이트빔 2025. 11. 12.
반응형

"13년 일했는데 월급 0원."

이보다 더 황당하고 기가 막힌 '열정페이'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단순한 열정페이를 넘어, '종교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씁쓸한 사건입니다.

한 스님이 13년 9개월간 일한 임금과 퇴직금 등 총 7억 원에 가까운 돈을 달라며 사찰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놀랍게도 스님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법원은 왜 스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그 씁쓸한 내막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 스님의 13년: 예불, 간병, 그리고 건물 관리

A 스님이 사찰에서 보낸 13년 9개월은 '수행'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릴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맡은 일은 명확했습니다.

  • 매일 법당에서 하루 세 번 예불 드리기
  • 급성 신부전증을 앓던 주지 C 스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간병하기
  • 사찰 소유 건물의 청소와 전반적인 관리

이 모든 일은 2010년, 당시 사찰 대표였던 C 스님과의 **"월급 300만 원을 주고, 퇴직할 때 서울에 포교당을 차려준다"**는 '구두 약속' 하나로 시작됐습니다.

C 스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찰 이사는 "새 대표가 올 때까지 기존 업무를 계속해 달라"고 부탁했고, A 스님은 그 말을 믿고 묵묵히 일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스님은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스님은 왜 패소했나?: '근로자'의 벽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지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과연 A 스님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

A 스님은 사찰 측이 본인에게 '승적증명서'와 '재직증명서'까지 발급해 줬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근로자가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냉정했습니다.

법원이 A 스님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예불'은 '근로'가 아니다: 법원은 "예불은 종교적 활동"이라며, "사찰이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나 근무 시간, 장소를 지정해 지휘·감독했는지 확인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2. '간병'은 '개인적 약속'이다: 주지스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닌 것 역시, "사찰의 근로자로서 한 업무가 아니라, C 스님과의 '개인적인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3. '약속'은 '법인'이 한 것이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월급 300만 원과 포교당 설립 약속은 C 스님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지, '사단법인 B사찰'이라는 법인(조직) 자체가 그 약속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일'은 했지만 '근로자'는 아니었다

결국 A 스님은 13년 9개월간 헌신적으로 '일'을 했지만, 법적으로는 '근로'를 한 노동자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일'을 하면 당연히 '근로자'라고 생각하지만, 법의 판단은 '명확한 계약'과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라는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합니다.

A 스님의 13년 헌신은 안타깝게도 '사찰 법인'과의 명확한 근로계약서가 아닌, 'C 스님 개인'과의 말뿐인 약속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법원 역시 "종교단체 내부에서 명확한 고용계약 여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으며, 종교계의 불분명한 고용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믿음과 구두 약속이 13년의 세월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이 사건은 비단 종교단체를 넘어, '사람 사이에' 계약서를 쓰기 애매했던 모든 관계에 '서류 한 장'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 씁쓸하게 보여줍니다.

반응형